인간 너머의 존재, 루시 (2014) 영화 움짤 리뷰
루시 (2014)
Lucy
인간의 뇌가 100% 활성화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 여성이 초능력을 얻게 되며 점점 인간을 초월한 존재로 진화해가는 SF 영화.
최근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보고 배우 자레드 레토를 검색하다가, 문득 이어진 인터넷 서핑으로 옛 여친 스칼렛 요한슨을 지나… 메릴 스트립까지 도달했다. 그러다 짧은 일화 하나를 발견. "오, 너구나! 나 루시 완전 재밌게 봤어" 라는 메릴의 말에, 궁금해서 틀어본 영화가 바로 이 <루시>다.
한국 배우 최민식, 예상 밖의 조화
최민식이 나온다는 건 진짜 몰랐다. 처음엔 낯설었는데, 보다 보니 묘하게 잘 어울린다. 프랑스 감독 뤽 베송 특유의 스타일과 한국 배우의 거친 카리스마가 의외로 잘 맞는다. 영화 전체에 묘한 이질감이 있는 편인데, 최민식의 존재가 오히려 그 분위기를 살린다는 느낌도 든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스칼렛 요한슨. 예쁜 건 물론이고 연기 정말 잘한다. 감정 변화 없는 '진화된 인간'의 상태를 무표정하게 표현하면서도 그 안에 뭔가 알 수 없는 긴장감과 초월적인 느낌을 담는 건 쉽지 않은데, 그걸 꽤 설득력 있게 끌고 간다.
100%의 인간, 신이 될 줄 알았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건 "인간은 뇌의 10%만 사용한다"는 전제.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지만, 의외로 처음 듣는 느낌처럼 신선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돌고래는 20%"라는 설정까지! 얼마 전에 봤던 <해수의 아이>도 떠올랐고, 전반적으로 우주와 생명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흥미롭다.
다만, 100%에 도달했을 때의 표현이 다소 아쉽다. 뭔가 더 신적인 존재로의 초월이 기대됐는데, 현실에서는 ‘인터넷 마스터’ 수준에서 마무리된 느낌. 우주의 탄생을 직접 보여주는 시퀀스는 멋졌지만, AI로 진화하는 결말은 다소 심심했다.
결말은… 혹시 Her를 의식한 걸까?
영화 마지막, 인간이 아닌 존재로 진화한 루시를 보면서 스칼렛 요한슨이 목소리를 맡았던 영화 <Her>가 떠올랐다. 웃긴 건 <Her>가 루시보다 먼저 나왔다는 것! (Her는 2013년, 루시는 2014년) 뭔가 ‘AI가 되어 사라지는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설정이 묘하게 이어져서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상상보다 훨씬 세련됐고, 철학적인 설정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스칼렛 요한슨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꼭 봐야 할 영화다. 이제 와서야 본 게 살짝 아쉬울 정도. "너가 루시구나?" 그 말이 괜히 회자되는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