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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20년대

연기로 증명한 복귀작, 더 웨일 (2022) 영화 움짤 리뷰

by 김뉘 2025. 5. 24.

 

더 웨일 (2022) 
The Whale 

은둔한 중년 남성이 자신의 삶과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려 애쓰는 이야기. 복잡하고 어두운 현실 속에서 그는 진심 어린 연기로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우연히 브랜든 프레이저의 인생사를 다룬 글을 봤다. 전성기 시절에는 <미이라>, <조지 오브 정글> 같은 영화로 익숙했지만, 어느 순간 사라졌던 그 배우. 그런데 그 이면에 2003년 영화계 게이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그 후유증으로 우울증과 경력 단절을 겪은 이야기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그걸 알고 나니 더 웨일이 단순한 복귀작이 아니라, 정말 모든 걸 걸고 연기한 영화처럼 느껴졌다.

 

몰입을 만든 건 오직 연기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는 거의 브랜든 프레이저 혼자서 끌고 간 작품이었다. 내용은 쉽게 공감하기 힘들었고, 오히려 몇몇 장면에서는 불편하고 화가 날 정도였다. 그런데도 끝까지 집중하게 된 건 그의 연기 때문이었다. 스스로를 파괴하고, 주변 사람들을 상처 입히는 인물을 이렇게 설득력 있게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 연기력 하나로 영화 전체가 버틴 셈이었다.
딸 역을 맡은 맥스는 생각보다 귀엽고 연기도 잘하더라. 특히 선교자랑 말싸움할 때는 정말 날아다니는 느낌이었다. 또 엄마 역할을 맡은 배우가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아가사였다는 것도 영화 다 보고 나서야 알았다. 캐릭터에 몰입을 잘해서 그런지 전혀 못 알아봤던 얼굴이었는데, 짤 찾아보니 이제 좀 보이더라.

 

현실적이지만, 공감이 안 갔다

사실 이야기 자체는 이해가 되긴 했다. 현실에도 저런 식으로 자기연민에 빠져서 주변에 상처 주는 사람은 많으니까. 그런데 공감은 전혀 안 됐다. 중반부터는 ‘이제 뭔가 감정을 터뜨릴 포인트가 오겠지, 얼른 주인공에 대해 공감시켜줘!’ 싶었지만 끝까지 그런 건 없었다. 끝까지 계속 불편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오히려 억지로 눈물 짜내려는 장면들만 반복됐고, 감정적으로는 전혀 닿지 않았다. 선교자 친구도 처음 등장부터 싸했고 끝까지 이상했다.
그래서 딸, 전 부인, 간호해준 친구 등 주변 여성 캐릭터들이 더 불쌍하게 느껴졌다. 영화로서 그런 캐릭터를 정말 ‘잘’ 보여줬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보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는 아니었다.

 

결국 공감도, 감동도 별로 없었고 보는 내내 화만 났다. 현실에도 저런 자기연민에 빠져 주변 사람 힘들게 하는 사람들 많다는 게 더 짜증났고, 그걸 감동으로 포장하려는 연출도 별로였다. 하지만 이런 역할을 자신의 상처를 가진 배우가 소화했다는 점,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영화가 버텼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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